-
Introduction
-
Works
-
Installation Views
-
Artist
-
Press
<
>
|
나는 분명 녹아내리고 있었다. 사막의 아이스크림처럼 몸속 당분을 길 위로 뚝뚝 떨어뜨리며 이내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현기증 나는 더위에 오지 않은 버스에 하얗게 타고 있는 지구의 표면으로 나의 구성 물질이 하나씩 귀의하고 있었다. 자잘한 꽃무늬의 낡은 보자기를 움켜진 할머니가 옆으로 바짝 붙으며 길을 물어오지 않았다면, 나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증발했을 텐데 말이다. 할머니의 목적지는 낯선 곳이었지만 아주 스마트한 녀석 덕에 환승할 곳까지 쉬이 일러줄 수 있었다. 할머니는 다시 수줍게 웃으시고는 손에 쥔 내 핸드폰을 바라보며 전화를 걸어 달라 부탁 하셨다. 하아~ 이런! 그녀가 통화하는 동안 내가 타야할 버스는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남기고 나를 지나가 버렸다. 짜증이 났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을 맞은 나는 할머니를 태우고 가는 버스를 보며, 괜스레 황량해진 정류장에 홀로 남겨졌다. 정체모를 종이 뭉치와 함께... 나는 멍하니 손바닥 위의 그 실체와 잠시 동안 마주 하고 있었다. 그것은 할머니가 다정히 고맙다 인사를 하며 쥐어 주신 것이었다. 그 누렇게 빛바랜 종이는 오래전 가루약을 싸던 것처럼 접혀있었고 안에는 딱딱하고 넙적한 씨앗 7개가 들어있었다. 원래는 할머니가 회장님이라 큰 회사에 취직이 된다거나, 혹은 씨앗을 심으면 박이 열려야 되는 게 아닐까 순간 맹랑한 생각을 하다 더위가 사람을 허황되게도 만드는 구나 피식 웃고 말았다. 무언가를 키운다는 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책임이 포함되는지 잘 아는 게으른 내가 그것을 기른다는 것은...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씨앗은 몇 달 전부터 머리맡을 어슬렁거리는 책 사이에 버려지듯 봉인 되었다. 다시 그 씨앗과 마주한 건 한참 뒤 아주 이상한 경험을 한 후였다. 어느 날 자다가 진한 향기에 눈을 떴을 때 나는 방안이 온통 무지막지한 꽃무늬로 덮여 있었고 그것들은 둥둥, 온 사물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꿈꾸고 있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이상한 공간에 가 있는 자각몽이라 여겼다. 홀로그램처럼 선명한 무늬들의 뒤로 나의 사물들이, 책상이, 벽들이 그대로 있었기에 그 환영이 현실인가 잠시 착각했지만 나는 기를 쓰고 이성적이길 희망하며 온통 몽실몽실하게 피어난 꽃무늬를 살피다 알 수없는 노곤함과 기분 좋은 향기 속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날이 되어서도 남아 있는 향기와 방안 구석에 희미하게 알록거리는 꽃무늬의 일부 때문에 나는 그것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할머니의 씨앗, 나는 책 사이에 넣어둔 씨앗을 살폈다. 종이 속에는 6개의 씨앗이 남았고, 종이 겉면에는 꽃씨 심는 법이 조그맣게 쓰여 있었다. 화분이 되는 책에 따라 각기 다른 꽃이 피고 잘 기르면 꽃씨를 받을 수도 있다니! 나는 약간의 의구심을 섞어 꽃씨 하나를 오래된 시집 사이에 심었다. 그리고 창가에 두고 씨앗이 자랄 때까지 여전히 확신 할 수 없는 환영을 기다렸다. 일주일 뒤 정말로 책 사이에 조그만 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뒤 그것은 꽃망울을 틔웠고 곧 꽃이 되었다. 꽃이 피어있는 하루 동안, 정확히는 반나절 동안 다시 내 방에는 알록달록 꽃무늬들이 넘실거렸다. 알 것도 같은 기분 좋은 향기와 함께 꽃무늬들이 느리게 춤을 추었다. 그렇게 싹트지 못한 꽃씨 하나와 세 번의 꽃, 그리고 2개의 꽃씨를 남겨두고 나는 기억해 냈다. 그 알록한 꽃무늬들 중 한번은 아주 오래전 나의 이불 무늬와 같고 또 하나는 여름날 내 머리맡을 부채질 하시던 할머니의 요란한 치마 자락의 꽃과 같음을... 또렷하지 않으나 낯익은 기억의 꽃들이 피어났던 것을 그래서 그 꽃무늬가 피던 날은 나를 따라다니던 불면이나 이미 터를 잡은 불안한 생각들도 없이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험을 믿지 않는 멀리 사는 유일한 친구는 술을 끊을 것과 제시간에 잠잘 것을 권유하지만,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이 기이한 현상을 설명할 길도, 기를 쓰고 증명할 의지도 없는 나는 절반의 두근거림과 절반의 아쉬움으로 이제 남은 씨앗 2개를 들여다 볼 뿐이다. 매일 생겨나는 오만 가지 감정과 그 순환들이 나는 언제나 버겁다. 그 넘치는 것들을 작업이란 것에 접어두어 보지만, 여전한 감정의 잔재를 나는 아직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언제나 이야기를 중얼거리는 것이다.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나 자신을 옮겨 놓는 것, 그것이 대롱대롱 매달린 감정의 하중을 회피하는 제일 쉬운 방법이기에 나는 때때로 이야기 속으로 숨어 버린다. 감정의 잉여나 현실의 결핍 사이에 자라는 동요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 혹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일 때가 더 많다. 따뜻한 말 한마디, 나뉘어 준 마음 한 조각,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이 전하는 시각의 환기. 그런 것들은 기억 속에서 느끼던 애정의 씨실과 만나면 내가 허우적거리고 있는 감정의 심해에서 나를 안전하게 건져 올려 진다. 씨앗이 싹이 되고 꽃이 되기까지의 보이지 않은 치열함이 더욱 고운 꽃을 피우는 것처럼, 그래서 그 한 송이가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사소한 것이 건네는 식물의 인사가 감사하다. 내게 꽃이란 식물은 기억의 문양이다. 어린 시절 줄곧 몸을 비비대던 이불에 핀 여린 꽃, 엄마들의 작업복에 새겨진 어마 무시 한 전사 같던 꽃, 할머니의 치마 자락에 덕지덕지 붙어 다니던 그리운 꽃, 따뜻했던 방안 벽을 감싸던 촌스럽게 아련하게 흔들리던 낡은 꽃. 그런 꽃들이 생각 날 때면 잠시 이상적 생각을 한다. 새삼 꽃보다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고... 강예신 작가
|
강 예 신 Kang Yeh Sine
(Korean, - )
Education
국민대학교 예술학부 회화과 졸업
Solo Exhibition
2016 ;FLORE 그래, 꽃보다 예쁜 것도 없지,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서울, 한국
2014 홀가분, 아뜰리에 아키, 서울, 한국
2013 아카시아 동물원, Elbon the Table, 서울, 한국
2012 어쩌면, Gallery 41, 서울, 한국
2011 서림嶼林 534, 아뜰리에 아키, 서울, 한국
제제, 밖으로 나오다, Garden 5 문화 숲 프로젝트, 서울, 한국
노닐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서울, 한국
Tap_13월의 인사법,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서울, 한국
상상의 열매 – 소율, 이브갤러리, 서울, 한국
2009 퇴별가, 국민아트갤러리, 서울, 한국
Group Exhibition
2016 싱가포르 컨템포러리 아트쇼,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 센터, 싱가포르
ART BUSAN 2016, 벡스코, 부산, 한국
SOAF, 코엑스, 서울, 한국
2015 KIAF2015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코엑스, 서울, 한국
START Art Fair, Saatchi Gallery, 런던, 영국
ART BUSAN 2015, 벡스코, 부산, 한국
SOAF, 코엑스, 서울, 한국
2014 KIAF2014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코엑스, 서울, 한국
SOAF, 코엑스, 서울, 한국
2013 KIAF2013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코엑스, 서울, 한국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한국
행복한 시작, 아뜰리에 아키, 서울, 한국
2012 이상한 동물원 부평아트센터, 인천, 한국
KIAF2012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코엑스, 서울, 한국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한국
경주아트페어, 경주, 한국
2011 NEVERLAND 롯데 갤러리, 대전, 한국
CIRCUS -My World, Your World 롯데 갤러리, 일산, 한국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서울, 한국
Fishing – 꿈을 낚다, THANKS BOOKS, 서울, 한국
2010 CLASS OF 2010, 갤러리 현대, 서울, 한국
UP AND COMING ARTISTS, AW CONVENTION CENTER, 서울 외
ENG.
Kang Yeh Sine
(Korean, - )
Education
B.F.A. in Fine art, Kook-min University, Seoul
Solo Exhibition
2016 ;Flore-Right! It’s nothing better than flowers, The Trinty&Metro Gallery, Seoul, Korea
2014 Lighthearted, atelier aki, Seoul, Korea
2013 Acacia Zoo, Elbon the Table, Seoul, Korea
2012 Maybe, Gallery41, Seoul, Korea
2011 Biblioforest 534, atelier aki, Seoul, Korea
JeJe, comes out, garden5, Seoul, Korea
Jorney, Daum Commnications, Seoul, Korea
The fruit of the imagination – Soyoul, Eve gallery, Seoul, korea
Tap_The Occacevoi(X Ill month) of greeting ways, Kepco Art Center, Seoul, Korea
2009 The rabbit story, Kook-min Art gallery, Seoul, Korea
Group Exhibition
2016 START Art Fair, Saarchi Gallery, London, England
Asia Contemporary Art Show, Hong Kong
ART BUSAN 2016, Bexco, Busan, Korea
SOAF, coex, Seoul, Korea
2015 KIAF2015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coex, Seoul, Korea
START Art Fair, Saarchi Gallery, London, England
ART BUSAN 2015, Bexco, Busan, Korea
2014 KIAF2014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coex, Seoul, Korea
SOAF, coex, Seoul, Korea
2013 aki mania: A happy start, atelier aki, Seoul, Korea
art wing,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Seoul, Korea
31st Korea Galleries Art Fair, Seoul, Korea
2012 30st Korea Galleries Art Fair, Seoul, Korea
The weird zoo, Bupyeong Arts Center, Incheon, Korea
KIAF2012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coex, Seoul, Korea
2011 NEVERLAND, Gallery Lotte, Daejeon, Korea
CIRCUS - My World, Your World’s Gallery Lotte, Ilsan, Korea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Seoul, Korea
Fishing- Fish for dreams, THANKS BOOKS, Seoul, Korea
2010 CLASS OF 2010, Gallery HYUNDAI, Seoul, Korea
UP AND COMING ARTISTS, AW Convention Center, Seoul, Korea
2016. 9. 22 메트로신문 -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24일부터 가을기획 '강예신 개인전'
2016. 9. 24 세계일보 - 그래, 꽃보다 좋은 것도 없지 '강예신 개인전'
2016. 9. 30 천지일보 - [전시] FLORE 그래, 꽃보다 좋은 것도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