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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색, 하나의 숨 전혀 다른 스타일을 구축해온 작가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The Trinity & Metro'(Gallery TTM) 갤러리 개관전은 흥미롭다. 이질적일 수도 있으나 하나의 공간에서 꽤나 조화롭게 호흡한다는 것 역시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서로 다른 색, 하나의 '숨'이다. 참여 작가 중 한 명인 성태훈은 천연옻칠 회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날아라 닭」은 그의 주된 연작이다. 해당 시리즈는 자연 상태에서 성장한 야생 닭의 날갯짓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의 닭들은 날지 못하는 새가 아니다. 창공을 힘차게 난다. 병아리와 어미 닭, 그리고 봉황으로 연계되는 이 퇴조한 새는, 그러나 그 어떤 새 못지않게 자유로울뿐더러 언제든 비상할 듯한 역동성을 갖고 있다. 물론 성태훈이 처음부터 닭을 주제로 한 작업에 몰입 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의 그림은 전통 수묵화에 가까웠다. 실경을 그리거나 평화로운 일상 속 천진난만한 아이 등을 한지에 수묵담채로 옮겼다. 때론 시들어가는 화초에 전투기를 배치하는 방식 등으로 시대성과 역사성을 관통하는 은유적 화법의 그림들도 그렸다. 질곡의 시기를 거치며 현실을 외면하지 않아온 작가로써 현장성이 도드라지거나 사회비판적인 작업들도 당시 꽤 많았다. 그러던 중 2010년경에 이르러 그의 그림은 변화를 맞았다. 작업실 앞마당에서 키우던 닭을 재미삼아 쫒던 중 잡히지 않으려 날개를 퍼덕이는 닭을 발견한 게 「날아라 닭」 시리즈의 시초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닭도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목적지까지 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회고 했다. 작가의 시선에 닭들의 날갯짓은 하나의 이상으로 그려졌다. 그것은 또한 작가 자신이 꿈꾸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를 상징하는 몸짓과 갈음되는 것이었다. 즉, 더 이상 쓸모없어진 날개를 애써 퍼덕이며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애처로운 사람들, 부지런하게 현재를 걷지만 한편으론 절박함과 처연함이 투영된 우리네 초상이었던 셈이다. 문명의 이면에 놓인 비현실적 사건들과 부조화된 삶과 현실을 치환하는 방법으로써 선택된 「날아라 닭」은 이처럼 날 수 없을지라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 설사 희망 없는 세상일 지라도 결코 좌절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배어 있다. 특히 그에게 어둠을 뚫고 날아가는 닭은 우리 소시민들의 잃어버릴 수 없는 이상과 희망의 치환이었고, 험난한 세상(도시와 숲 등) 위를 가로지르는 닭들처럼 고통과 번민, 역경을 딛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자는 유토피아의 다른 언어였다. 성태훈의 작업은 '옻칠'을 입으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우선 가벼운 느낌의 화학 안료와는 달리 고급스러운 광택을 낼 수 있었고, 작품 보존력도 길어졌다. 나아가 작품에서 은은하게 우러나는 색과 독특한 기품, 깊이감은 여타 재료들이 따라올 수 없었다. 실제로 그의 옻칠회화는 작업 과정이 고되고 복잡하다는 점, 재료비가 만만치 않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유화나 아크릴, 수묵화와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재료의 특성으로 인한 독특한 심미성은 물론이고 화판에 천을 덧댄 후 수없이 덧칠한 천연옻칠은 품격을 유지할 수 있는 재료로써 그 매력이 남달랐다. 때문에 지금도 그의 작품들은 다소 해학적인 묘사가 등장함에도 진중한 멋이 있다. 묘한 무게감이 있다. 어려움을 참고 버티어 이겨 낸 현실에서의 작가적 삶의 투과이면서 공동체에 대한 따뜻한 사유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도 듬쑥해졌다. 때문에 그의 옻칠화는 속박하여 자유를 가질 수 없는 고통의 상태를 감내하며 일궈낸 변화라는 사실에서 그 의의가 작지 않다. 이번 The Trinity & Metro 갤러리 개관전에 함께 참여하는 작가 이헌정은 도예가이면서 설치미술가로도 유명하다. 드물게도 미학적 차원과 실용적 차원을 넘나들며 전문가들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이해하기 쉬운 반면 난이도가 낮지 않다.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물들을 예술 내부로 끌어들인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법한 그릇, 자연물(물, 흙, 풀, 나무, 돌 등), 유리, 실, 가구, 동물 등을 작업의 매제로 삼는다. 때문에 복합적이고 산파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일상이 곧 예술이요, 예술이 곧 일상이라는 해석 역시 가능하게 한다. 일상의 파편은 개념의 구실을 한다. 그는 여행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면서 '집'을 하나의 중요한 주제로 등장시켰고, 인간의 존재성에 대한 탐구로써 집에 대한 애착을 내보이기도 했다. 가야할 길과 돌아올 길을 추상화하거나 회화적인 요소와 건축적인 요소를 그리드함으로써 자신만의 집을 견고히 했다. 이헌정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스치는 장르인 '도예'는 그에게 하나의 명상이자 수행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 바탕 위에서 성립되는 설치는 고귀한 노동을 예술의 연장에서 소화하는 과정이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내는 무대 역할을 한다. 그것은 흡사 목선을 타고 대양을 유영하듯 예술자체의 유희에 방점이 있으며, 단순한 대상의 재현을 넘어 공간과 시간을 결부시키는 퍼포먼스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여정은 매우 거친 듯 부드러운, 자발성에 기댄 고독한 듯 즐거운 항해라 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한편 이번 전시는 각기 다른 개별적 내레이션의 이상적 조응을 열람케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성태훈, 이헌정의 작품을 통해 획득 가능한 경험적 철학과 사유의 향유를 지정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전시의 의미를 덧댄다. 다만 꼼꼼히 봐야 한다. 그래야 작품 하나하나 우러나는 서로 다른 색, 하나의 숨, 두 작가의 곱거나 거친 결의 마디마디를 느낄 수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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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훈 SEONG TAE 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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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정 LEE HUN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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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4 메트로신문 - '성태훈·이헌정의 'SPRING'…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7일 개관전'
2016. 4. 4 뉴시스 -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개관…성태훈-이헌정 '봄'展'
2016. 4. 4 bnt 뉴스 - '성태훈-이헌정, 7일 ‘봄’ 기획전 오픈'
2016. 4. 7 데일리카 - 갤러리TTM, 윈드 스크린에 옻칠을 더했더니..묘한 매력
2016. 5. 5 서울경제 - 개성파 小화랑들 '서촌 시대' 열다